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내 휴대폰 벨소리가 아이유의 <어떡해>로 바뀐 사연을 얘기해줬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그런데 마침 식당 스피커에서 바로 그 <어떡해>가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러다 자연스럽게(응?) 대중문화 트랜드(라 쓰고 “걸그룹 열풍”이라 읽는다)에 대한 나의 무지를 비난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비난 받을 만도 하다. 전효성을 전유성으로 듣질 않나, GD가 ‘골드드래곤’의 약자인 줄로 알지 않나, TOP을 에쵸티처럼 티오피라고 읽질 않나… 심지어 걸그룹이 몇 개나 있는지, 소녀시대가 몇 명인지도 모르니까. (알아보니, 걸그룹이 몇 개나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워낙 많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추세라.)
“에이~ 남자라면 좋아하는 걸그룹 하나쯤은 있어야지.”
“아니, 어느 그룹의 누구를 콕 찝어서 좋아해야지.”“어, 나도 그런 거 있는데. (3초간 생각…) 핑클의 이효리!”
쳐맞지 않은 게 다행이다.
“지금와서 걸그룹을 하나하나 공부할 수도 없고, 그냥 한 명 찝어줘.
아, 예전에 TV에서 봤는데… 그 엉덩이 돌리면서 춤추는…” (미안;)“카라는 요즘 분쟁 때문에 이미지 안 좋아. 다른 그룹~”
(포미닛, 오렌지캬라멜 등 몇 개 이름이 거론된다…)“씨스타 어때? 비교적 최신 그룹이고 섹시하고.”
(다들) “무난하다, 무난해. 씨스타로 하자.”
옆에 앉은 동료가 바로 아이폰으로 구글 검색결과를 보여줬고, 나는 한복을 입은(!) 네 명의 멤버 중에서 ‘보라’를 찍었다. 그리고 회사에 돌아와 위키백과 검색. 가장 최근 곡이 “니까짓게”란다. 유튜브 검색결과 맨 위에 뜬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도대체 누가 보라지? 그런데 뒤에서 충고 한 마디: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떡해. 음악프로 녹화한 걸 봐야지~” (이건 대체 왜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제목대로 이제 내게도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가 생겼다. 이제 누가 물어보면 “씨스타의 보라를 좋아하죠”라고 대답하면 된다.
음…
뭐랄까…
소녀들을 섹슈얼 판타지 상품으로 팔아먹는 “걸그룹” 트랜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별로 할 말도 없다. 꿀벅지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소녀시대나 원더걸스를 향한 욕정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천박함에 처음엔 화도 났지만 이젠 무감각해졌다.
그러나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쯤은 하나 있어야 하는 사회, 별 것 아닌 취향의 다양성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 사회에서 과연 사상이나 가치관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이 나는 걱정된다.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은 어느 그룹의 누구를 좋아하시나요?